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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rience/2015. 국토대장정

[걸으며 여행하기] 둘이서하는 국토대장정 2일- 비오는날

Soyeoniverse 2019. 9. 9. 16:39

15.06 .30

성산교회 ~ 함지안 참숯가마(장흥)

지출 : 7.000원(찜질방)

거리 : 28.01km

 

#1. 소중한 인연들

*​ 봉고차 아저씨 : 비를 맞으며 걷고 있는 우리에게 선뜻 타라고 해주셨다ㅠ 비록 얻어 타진 않았지만 감사해요!

*경찰 아저씨 : 가장 힘들 때 우리에게 찜질방도 직접 찾아주시고 데려다 주셨다ㅠ

*함지안 참숯가마 아저씨 & 아주머니분들 : 정말ㅠㅠ 감사합니다아아앙ㅠㅠㅠ

 

#2. 사진

 

성산교회 사모님이 차려주신 푸짐한 아침상!! 죽순이 진짜 맛잇다ㅠㅠㅠㅠㅠㅠㅠ

 사모님께서 굶고 다니면 안된다고 챙겨주신 떡ㅠㅠㅠ 9키로 정도 걷고 먹은 떡! 헤헷 꿀맛이었징

 비를 머금고 있는 자연은 더 웅장하고 멋졌다 차가 쌩쌩달리는 고속도로 닮은 국도ㅠㅠ

 

함지안참숯가마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주신 음식들 

함지안 참숯가마

저온에 들어갔는데도 땀이 물 흐르듯 나면서 쌓였던 피로가 다 풀렸다!

 

 

#3. 오늘의 일기

새벽에 비 오는 소리와 원래 자던 잠자리 보다 불편했는지 새벽 6시에 눈이 떠졌다. 집이었으면 무조건 더 자려고 눈커풀을 내렸을 텐데 여기서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느껴보고 싶었다. 아침공기를 마실겸 밖으로 나가보았다. 새벽 6시의 아침은 나와는 다르게 생동감 넘쳤다. 비를 흠뻑 머금은 식물들과 해남 성산리 마을의 냄새는 앞으로 부지런하게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모님이 저녁보다 더 푸짐한 아침밥상을 차려주시면서 든든하게 먹어야 갈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그리고 사모님과 목사님이 살아오셨던 과거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다양한 삶의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정해진 틀에만 갖혀 사는 우물안 개구리 같다고 생각했고, 사모님과 목사님을 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약간은 넓어진것 같다. 지금까지의 도움도 감사한데 멀리 걸어가면서 굶으면 안된다고 맛있는 떡도 싸주셨다. 우리는 이 감사함을 편지로 전하고 두 분의 손인사를 받으며 두번째 날 걷기를 시작했다.

오늘 비가 많이 내렸다. 우리는 트윈 우비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비를 맞으며 힘차게 걸어나갔다. 초등학교 이후 온몸으로 비를 맞는 건 처음이었다! 비속을 겆는 것이었지만 너무 상쾌하고 신났다. 내가 마치 숲 병풍에 둘러 쌓인 것처럼 나를 둘러 싼 모든 풍경이 산 그리고 자연 그 자체였다. 그리고 친구와 손을 꼭 잡고 서로 느끼는 점을 얘기하면서 가니까 정말 행복했다.

이런 경쾌한 발걸음은 9km정도 지속되었지만 점점 힘들었다. 우리를 향해서 양 옆 물날개를 달고 무섭게 돌진하는 차들이 무서웠다. 특히 한참 걸어왔는데 1km걸었다는 표지판을 보았을 때는 힘이 쭉 빠졌다. 아무말도 안나오고 그냥 허탈했다. 아마 이 때부터 우리는 서로를 놓았던 것 같다. 친구도 웃기고 모든 것이 웃겨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내가 빗물인지 빗물이 나인지 모르게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빗물이 눈으로 들어가든 코로 들어가든 입으로 들어가든 비를 맞는 촉감을 느끼면서 걷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것에 감사하기 시작했다. 가족, 친구, 남자친구는 물론이고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뚜벅뚜벅 걷고 있는 내 다리, 무거운 짐을 매고도 지탱하고 있는 내 7번 척추, 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뇌까지 다 감사하고 이 세상에 대해 겸손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인간의 한계를 느끼고 너무 힘들때 쯤 우리의 목적지 장흥이 나왔다. 장흥으로 들어왔는데 찜질방까지는 어떻게 가야할 지 몰라 육교 아래에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이때 마법처럼 경찰차가 와서 우리에게 뭐하고 있냐고 물었다. 우리의 사정을 설명했더니 경찰 아저씨께서 직접 찜질방을 알아봐주시고 입구까지 차로 데려다주셨다. (차안에서 우리에게 가출청소년이 아니냐고 부모님께 확인전화하셨다...^0^) 하루종일 비에 찌들어 있던 우리를 씻을 수 있는 찜질방에 도착했다!

이때 한 샤워는 아주 그냥 말로 형용할 수 없다. 행복 그 자체였다. 살짝 씻고 나와서 찜질하려고 우리의 떡을 가지고 찜질방으로 갔다. 거기에는 이 찜질방의 단골 아주머니 들이 모여있는 탁자가 있었다. 우리도 거기 가서 살짝 인사를 드렸더니 돼지감자 끓인 물을 주시면서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주셨다. 우리의 상황을 얘기했더니 대단하다면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셨다. 그러자 다른 곳에 있던 아저씨, 아주머니 분들도 오셔서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음식도 챙겨주셨다. 받은 음식만 해도 돼지감자끓인 물, 돼지 감자, 사탕, 라면, 참외, 호박즙 등등 너무 많다ㅠㅠ

감사드려요!!!!특히 여기서 어떤 아저씨 분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진짜 신기하게 우리 대학 같은 학부 선배셨다! 아저씨가 밤에 라면도 사주셨다! 이 때 먹은 라면이 정말 맛있었다. 마음씨도 다들 너무 착하시고 아낌없이 베풀어주셨다. 오늘 인생 19년 살면서 찜질의 매력을 처음 알았다. 원래 찜질방도 대중 목욕탕도 안가는데 오늘 찜질하는 그 느낌은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내 모공에서 땀이 나와 흐르는 그 쾌감때문에 찜질을 하는구나 생각했고 마치 내가 석쇠위에 있는 소고기 같았다. 온몸으로 육즙을 내뿜은... 땀빼는 느낌과 씻을 때 쾌감 덕분에 앞으로 찜질방을 애용할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다 맛보았다.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체험해본 하루 같다. 그리고 오늘도 소중한 인연을 정말 많이 만나서 가슴이 따뜻하다! 우리가 받은 사랑과 도움을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고 싶다! 내일 이민큼 걸어야 하는 게 살짝 두렵기는 하지만 우리는 할수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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